0576. 블로거는 없다
검색해보시면 아시겠지만 2006년 무렵부터 블로거
라는 말을 거의 안 쓰고 있습니다. 단어를 쓰는 것은 다른 글이나 예전의 제 글에서 인용할 때나, 이른바 블로거라고 칭해지는
이라는 의미로 쓰는 경우죠. 구글의 블로그 서비스 블로거도 있군요. 이유는 블로거라는 단어가 네티즌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의미가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블로거라는 단어는 어떠한 성향도 가리키지 않습니다. 좀더 규모를 줄이면, 예를 들어 올블로그 사용자나 이글루스 사용자, IT 관계라던가 오타쿠라던가하는 어떠한 경향성이 드러나겠지만 블로거라는 독립적인 단어는 어떠한 것도 드러낼 수 없습니다. 블로거는 열광적인 이명박 지지자일 수도 있으며, 블로거는 정치에 무관심할 수도 있습니다. 블로거는 초등학생일 수도 있으며, 블로거는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일 수도 있습니다. 블로거는 P2P 네트워크에서 영화 립으로 유명할 수도 있으며, 블로거는 DVD 수집가일 수도 있습니다. 블로거는 스패머일 수도 있으며, 블로거는 스팸 방지 알고리즘 개발자일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는 한 명의 블로거가 양 쪽 모두입니다. 결국 블로거라는 말은 퍼지면 퍼질수록 네티즌처럼 쓰는 사람 마음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블로거가 가리키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마치 블로그란 무엇인가
라는 말과 같이 블로거란 무엇인가
에는 명확한 선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의미에서 블로거는 모든 사람입니다. 위키피디아에서 블로거는 블로그를 소유해 관리하고 있는 사람
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도 비슷하게 설명합니다. 하지만 많은 포털 사이트에서 블로그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는 현재에 소유가 기준이 되나요. 또 관리나 운영은 어떠한 범주일까요. 블로그의 유지라면 서비스형에서는 업체가, 설치형도 역시 어느 정도는 업체가 보조합니다. 시작글 하나 올려놓고 내팽개친 블로그의 주인은 블로거일까요. 글
이 운영의 기준이라면 어느 정도의 주기일까요. 업무로 반 년 째 갱신을 못하고 있는 블로그의 주인은 블로거가 아닐까요. 그리고 단어의 관용적인 사용에서는 저 범위가 아니지만 블로거라고 부를만한 경우, 저 범위지만 블로거라고 부르기 어려운 경우를 알고 있을겁니다. 블로그를 소유하지는 않거나 아무런 업데이트도 하지 않지만 타인의 블로그에 덧글이라는 형태로 활발하게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는 사람, 블로그를 단지 스크랩북 정도의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 말이죠.
블로거라는 말은 호칭으로도 별 효용이 없습니다. 단지 마케팅 용도, 그리고 네티즌에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장난 용도로나 쓸모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쪽은 대체로 가리는 용도입니다. 제가 쓴 어떤 글이 인구에 회자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서두는 그냥 한님은
, 한님이라는 사람은
, 한님의 블로그에는
정도가 쓰일테고 그것으로 충분할테죠. 블로거 한님은
, 어느 블로거는
, 한 블로거(ID:한님)는
…어떤가요?
블로거는 없습니다. 다만 블로그가 있을 뿐입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았더라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른 주제로 복수 개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 말이죠. 운영자의 정체성은 블로거라는 이름이 아닌 개개의 블로그에서 나뉘어집니다. 이것은 분리가 아닌 구분입니다.
블로그 십계명에도 쓴 말이지만 블로거니 블로고스피어니 하는 말을 덮어놓고 무책임하게 쓰지 않기를 바랍니다. (적고보니 저도 여러가지 해버린 일들이 기억나는군요.) 글이나 블로그를 말할 때는 블로그로 충분합니다. 개인을 말할 때는 이름이나 필명을 직접 가리키면 충분합니다. 집단을 말할 때는 좀더 구체적으로 선을 그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똑바로 바라본다면 블로거라는 단어는 (마케팅, 언론 종사자 외에) 쓰일 자리가 없습니다.
Tags: 네티즌, 블로거, 블로고스피어, 블로그, 용어
You can follow any responses to this entry through the RSS 2.0 feed. You can leave a response, or trackback from your own site.





























동감입니다. 저 역시 블로거가 주는 막연함이 마뜩잖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블로거들의 행사, 블로거들의 잔치등등을 들을때면 왠지 포털업체의 마케팅잔치가 아닌가 싶더군요.
그쪽은 아예 마케팅 용어로 봐야겠죠. 효과의 측면에서 보면 네이버 블로그 사용자들의 행사, 올블로그 이용자들의 잔치 등으로 쓸 수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