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4. 우익과 진보에게 표를 주지 마라

[이 글은 2007년 한님의 블로그 TOP10입니다]

○ 후속글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놓고 [한님은 지금 분통이 터진다]의 후속글을 적습니다. 이것도 역시 반말로 적겠습니다. 그리고 과격한 표현도 좀 있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말투를 쓰는 것에 거부감이 있는 분은 창이나 탭을 닫아주세요.

자신들을 우익이라고 부르며 좌익을 찍어누르려는 자들과, 자신들을 진보라 부르며 보수를 깨부수려는 자들에게 표를 주지 마라. 힘을 실어주지 마라. 그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 세상을 재단하여 본다. 그들의 눈에는 모든 국민은 단지 두 부류, 세분하여 세 부류로 나뉘어질 뿐이다. 우익에게 사람은 애국지사와 빨갱이로 나뉜다. 하나를 더 나눌 때는 빨갱이에게 눈속임을 당하는 선량한 시민을 더한다. 여기에서 선량한이라는 단어는 우둔한과 같은 말이다. 그들에게 자신은 훌륭하고 권위있는 존재이며 그들 무리에 들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을 섬겨야하는 저급하고 천한 것들이다. 혹은 천하에 씨를 말려야할 악당들이다. 진보에게 사람은 진보적인 사람과 수구꼴통으로 나뉜다. 하나를 더 나눌 때는 그들의 투쟁 이름 앞에 붙여야하는 소수자와 약자를 더한다. 여기에서 소수자/약자라는 단어는 자신들이 하나에서 끝까지 같이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밥도 못 챙겨먹는 무능력자와 같은 말이다. 그들에게 자신은 깨어있고 유능한 존재이며 그들 무리에 들지 않는 다른 사람들은 똑똑한 자신들이 계몽하고 하나하나 챙겨줘야만하는 불쌍하고 힘없는 자들이다. 혹은 반드시 깨부숴야하는 착취자들이다.

하지만 진짜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반으로 쪼개지지 않는다. 십인십색의 다양한 가치관과 사상을 가진 개인을 엄청난 수의 갈래로 나누거나, 혹은 같은 땅을 밟고 사는 사람으로 다함께 뭉칠 수 있다. 이 분류는 그 자체가 생명력을 가진 것과 같이 유기적이다. 그 어떤 사람에게도 오만가지 정치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에 하나도 어긋나지 않고 모두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지길 바랄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외면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이 오른쪽과 왼쪽을 동시에 볼 수 없듯이 좌익이 아니라면 우익이다라고. 그래, 내가 그래서 병신이라고 했다. 사람은 왼쪽을 보면서 오른쪽을 생각할 수도 있고 두리번거릴 수도 있다. 저건 어디까지나 비유라고? 그럼 내가 눈이 아닌 손으로 비유할테니 생각해봐라. 왼쪽으로 두 손 다 뻗어 잡을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 두 손 다 뻗어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양 쪽을 다 잡을 수도 있고 한 쪽을 잡아 다른쪽으로 건낼 수도 있다. 인간은 객체(눈)가 아닌 주체(손)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응원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정능력을 인정한다. 나는 보수 기독교를 비난하고 시장경제의 폐해를 염려하지만 막시즘에 회의적이다. 나는 폭력시위를 반대하고 FTA를 조건부(정부가 신중하고 주도적으로 진행할 것)로 찬성하며 남북 정상 회담을 환영한다. 나는 이명박, 정동영 대통령 후보를 반대하지만 권영길 후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나는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다. 대답해보라. 나는 우익인가? 좌익인가? 보수주의자인가? 진보주의자인가?

○ [가짜 보수주의자 감별법]/[가짜 진보주의자 감별법] 두 글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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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7개 »

Gravatar Comment - Alphonse (#)
2007-11-13 17:31:38

진짜 진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한님께서 다 적어 주셨네요. 문국현을 지지하고 나서 오프에 많이 나가 봅니다. 거기에 보면 신기한 현상 중 하나가 진짜 진보 보수 다 있다는거죠. 그들이 신기하게도 모두 자신의 이념과 맞다고 문국현을 지지한다는 점입니다. 문국현 후보는 좌와 우 보수와 진보라는 구세대적 구분법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Gravatar Comment - 한님 (#)
2007-11-16 15:48:05

구시대의 진보/보수 개념은 지금에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낡다못해 썩은 개념을 20대 초중반의 젊은이 중에서조차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Gravatar Comment - 미고자라드 (#)
2007-11-13 22:57:39

어떤 블로거분의 코멘트가 생각나는군요. ‘현 정권이 좌파정권이면 바나나맛 우유는 생과일주스다.’

Gravatar Comment - 한님 (#)
2007-11-16 15:49:36

2% 부족한 비유 같지만 의미는 통하겠죠.

 
 
Gravatar Comment - Louice P. (#)
2007-11-14 00:12:08

요즘 올블로그에 걸리는 글을 보면 의견이 전부 한쪽으로만 쏠리고 사람을 전부 특정 시각에서 재단해서 보려는 글들 뿐이라 심히 재미가 없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블로그의 글들이 전부 무슨 뉴스기사 같아요. 제목도 점점 자극적으로 흘러가고 -_-;; …이러면 자신들이 그렇게 비난하던 기존 언론들과 뭐가 다를 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우홋.

이제 소소한 이야기나 가벼운 개그를 볼 수 있는 블로그는 한님 블로그와 리라하우스 3호점 밖에 없는 건가요;;? 저도 저런 글만 올라온다고 열내지 말고 클라나드나 보며 복잡한 세상을 잠시 잊고 마음을 식히는 게 백번 현명한 판단일 거 같습니다(…).

Gravatar Comment - Louice P. (#)
2007-11-14 00:15:54

아… 그러고보니 2ch 개그에서 본 게 생각나는데.

“극단적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똑같이 극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잘 통하고 극단적 보수주의자가 진보주의자로, 극단적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로 전향하는 것도 아주 쉬운 편이다. 주로 싸우는 것은 그냥 보수/진보주의자이고 중도파는 여러 의견을 듣고자 하지만 보수/진보 둘 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든 욕을 먹는다.”

…챤넬러들이 맨날 실없는 개그만 하는 건 아닌가봅니다 -_-;;

 
Gravatar Comment - 한님 (#)
2007-11-16 15:57:23

이 글도 제목이 좀 자극적이라 부끄럽네요. 극좌와 극우가 통한다는 것은 전파만세의 그 글 말씀이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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