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71. 새해를 위한 새로운 플래너(다이어리)
건망증도 심한 주제에 몇 년 전까지 저는 메모를 거의 안하면서 살았습니다. 물론 기억력이 나쁘다는 사실은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얻거나 구입한 다이어리를 쓰려고 시도해봤지만 별 소용없이 메모하는 습관은 붙지 않았죠. 그런 습관은 군대에서 겨우 얻게 되었는데, 대대 군종병 일을 하게 되면서 수첩을 쓰게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비록 전역 후에는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모아서 정리하지는 않고 아무데나 쓰고 메모를 잃어버려서 잊어버리는 식으로 왜곡되어버렸지만요;;;
그리고 재작년에 몰스킨을 지르면서 다시 정식으로 건망증 보완 계획(?)이 시작되었습니다. 그간의 경험으로 틀에 잡힌 것은 저에게 맞지 않고 휴대성에 치중한 백지 노트가 저에게 맞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다행히 이 판단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져, 지난 한 해는 몰스킨과 함께 무사히(과연?) 보냈습니다.
하지만 자유분방함만으로는 부족할 수 밖에 없죠. 핸드폰과 구글 달력을 노트에 병행하면서 간단한 일정 관리는 처리했지만 좀더 상세한 부분에 대한 조율은 못하겠더라구요. 하루에 열몇 시간을 컴퓨터에 붙어서 살아도 아무래도 제가 아날로그형 인간인 것인지, 혹은 저에게 꼭 맞는 프로그램을 못 찾은 것인지 몰라도 손으로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몰스킨과 서로 기대어 저를 받쳐줄 플래너의 필요성이죠.
플래너는 데스크탑, 몰스킨은 PDA와 같은 역할을 하게 하자고 생각하니 대충 필요한 조건은, 연구실 자리에 고정해서 쓸 것이므로 부피는 커도 상관 없고 오히려 쓰기 편하게 면이 넓은 쪽이 좋다
였습니다. 날짜 별로 정리하고 찾을 수 있어야하고, 금전 관리 역할까지 수행해야한다는 등은 대부분의 플래너나 다이어리가 갖고 있는 기능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 일단 시중에 판매되는 다이어리 중에서 저에게 맞을 만한 것을 찾기 위해 어제 돌아다닐 때 찾아봤지만, 딱히 제 마음에 드는 것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하나 있었죠. 그 유명한 플랭클린 플래너 말입니다. 눈에 콩깍지가 씌인 것인지 클래식도 저에겐 좀 작은 느낌이다는 것(보통은 반대로 생각하지만 저는 들고 다닐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으니)을 빼고는 제 마음에 쏙 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싸!!! 가격이 상당하더군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 정도의 가치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틀
이라는 것과 상성이 안 맞았던 제게 효과가 있을까하는 생각에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결국은 그곳에서는 빈손으로 돌아오고, 절충안을 선택했습니다.
노트를 사서 나에게 맞게 커스텀해가면서 쓴다…는 것 말이죠.

그래서 어제 구입한 것이 이것입니다. 하나스퀘어 영풍문고에서 구입한 비닐노트(정가: 5000원). 실 제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드네요. 스프링은 걸리적 거리고, 접착제는 낱장이 쉽게 떨어지니까 완전히 펼쳐서 쓰기에는 실 제본이 제일 나은 것 같거든요. 바인더 홀이 있는 접착제 제본을 사서 바인더에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저는 일단 이것을 선택했습니다. 작성법은 일단 단순하게 나아가려고 합니다. 첫 다섯장을 제껴서 월간 및 장기 기록이 필요한 곳에 쓰고, 이후로 하루에 좌우 2페이지(즉, 매일 한 장 씩 넘겨가며 전면을 사용)로 좌상단에 금전 출납 기록, 좌하단에는 시간별 일정(구글 달력과 병행), 우상단에 할 일 목록, 우하단에는 블로그에 작성할 글 목록을 쓰며 북다트 2개로 페이지를 표시하는 식이죠. 일단 생각나는 대로, 어차피 미리 정해져있는 규격이 있는게 아니니 틀은 계속 보완해갈 것입니다. 줄이 쳐진 노트지만 면은 넓으니 그냥 큼직하게 갈겨 쓰려고하고요. (악필이라 작게 쓰면 불편…) 후후… 결국 대충대충인가요. ^^;;;
어쨌든 이렇게 1년 동안 사용해볼 생각입니다. 예상대로라면 4권 정도 필요할 것 같군요. 그리고 2008년이 되었을 때 역시 안되겠다싶으면 그때는 플랭클린 플래너, 혹은 다른 플래너를 써야겠습니다. 혹시 아나요, 20년 쯤 뒤에 플랭클린 플래너와 쌍벽을 이루는 한님 플래너라는게 만들어질지…
그럼 1년 후에 보고하겠습니다.

덧붙임. 누구 책상 서랍에 굴러다니는(?) 파커 조터 볼펜이나 볼펜심 좀 주실 분 안 계신가요. 예전에 기념품으로 받아서 쓰기 시작한 것까지는 좋은데, 사서 쓰려니 뭔놈의 볼펜 가격이… OTL
Tags: 건만증, 기록, 노트, 다이어리, 수첩, 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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