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3. 종교는
사람의 정체성에서 말하자면 본능의 바로 위 어디쯤에서 형성되어 그 사람을 만든다. 이를테면 언어와 비슷한 등급이랄까.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는 사람과 영어를 모국어로 삼는 사람이 언어 구조의 차이 때문에 사고에도 차이를 갖게 되는 것처럼, 종교도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물론 모국어 이외의 언어를 배우거나 오히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언어에 익숙해져 모국어를 잊게 되는 현상이 종교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진다. 그렇다면 각자의 언어, 혹은 종교가 다른 것은 어디까지나 차이일 뿐 차등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비속어 뭉치를 언어라고 하지 않고, 사이비를 종교라고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하지만 현실 속에서 목도하게되는 몇몇 사람의 발언은 마치 너는 한국어를 쓰니까, 영어를 쓰는 나보다 열등하다
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 대단한(?) 언어로 당신은 무엇을 익히고 쌓았는가하고 물어보면 그들은 무어라 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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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K발음을 하기 위해서 한국인이 ㅁ발음을 포기해야 한다면 어떨까나. 또는 반대의 경우라면.
종교는 교리가 타종교와 충돌하기 때문에 타종교의 교리를 존중해 주면서 서로 공존할 수는 없어. A종교의 교리가 옳으려면 B종교 교리의 전체 또는 일부가 틀려야 하기 때문이야. 미국인의 K발음과 한국인의 ㅁ발음은 서로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언어끼리는 서로 공존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종교끼리는 그게 안돼.
마지막 질문의 답변을 듣고 싶다면 기독교 서점에 가봐. ‘난 기독교를 믿었기 때문에 이러이러하게 성공했다’ 라든지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믿어선 안되는 이유’ 같은 책들이 있을거야. 기독교가 싫다면 기독교 서점 말고 다른 종교의 서점에 가도 비슷한 책들은 있겠지.
가장 배타적인 종교도 전파를 위해서 그 지역의 기존 종교(혹은 신앙)과 어느 정도 타협과 융합을 해왔지. 그 가장 극적인 예가 불교고. (거의 모든 토착 신앙을 흡수해가면서 전파되어왔으니.)
뒤의 것은 그런 책들을 얘기하는게 아냐. 그건 남의 얘기지, 욕쟁이 자신들의 얘기가 아니니까. 그들이 쓴 책이라면 할 말 없지만, 길거리에서 만나는 그들은 그래보이지 않는군.
양보와 타협은 교리의 본질을 해치지 않을때나 가능하다. 1분의 신만 존재한다고 믿는 유일신 신앙의 종교는, 타종교에서 섬기는 신이 실존한다고 인정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종교에서 가르치는 ‘유일신’ 부분을 근본부터 파괴해버리고 말아. 교리끼리 공존이 안되는 이유가 이거지.
그리고 학교에서 지구 자전을 막 배운 학생한테 자전을 증명해보라고 시키는건 너무 어려운 요구야. 증명 못한다고 무지를 탓하거나 욕을 하거나 하는건 악취미고… 자전의 증거를 알고 싶다면 차라리 지구과학 학자가 쓴 책을 읽어보게.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가려나.
욕쟁이들이 공인된 책을 쓸 정도가 안된다면, 그들에게 그들 주장의 증명을 요구하는 것 보다, 차라리 해당 종교가 권장하는 책을 읽어 보는게 훨씬 유익하다는 소리야. 자세한 정보와 함께 욕쟁이들이 자기 교리에 맞는 주장을 펼쳤는지의 시비도 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