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6. 신호등
글번호 매기기나 제목 정하기 등으로 꽤 고심했는데 이렇게 나가기로 했습니다.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고 글번호는 다른 글과 이어지게, 제목도 특별히 구분하지 않지만 절대경로는 지역_번호
로 표기, 보기 편하게 본문에 다시 소제목 달기로 말입니다. 헥헥… (초안보다야 훨씬 낫지만) 이것도 나름 복잡하군요. 그럼 첫 글을 시작해보죠. 이것으로 이 블로그의 비정기 연재물은 총 세 편(쮸루야씨 만화 번역, 블로그 입문 강좌, 오타와 출장기)이 되었네요.
바다 건너까지 이어지는 한님의 삽질 리얼 스토리 - 그 첫번째
캐나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제게 인상을 남긴 것은 그들의 보행자 신호등이었습니다. 신호등은 노란색으로 도색된 데다가 고휘도 LED(요즘 우리나라 신호등에도 늘고 있죠)라 눈에 띄고 도심지는 대부분의 횡단보도에 설치되어있으며 또 그 중 대부분에 시각 장애인용 보조장치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인상을 남긴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죠. 보행 신호(사람이 걷는 그림)와 정지 신호(손바닥) 사이의 주의 신호(깜빡임)가 우리나라와 정반대였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신호등에서는 녹색이 깜빡이다가 일정 시간 후에 붉은색으로 바뀝니다만 캐나다 신호등은 걷는 그림이 손바닥으로 바뀌어 깜빡거리다가 멈추더군요. 깜빡임이 진짜 주의
신호라면 우리처럼 녹색이 깜빡이는 것보다 그네들처럼 정지가 깜빡이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시스템의 차이가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준다면 결국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이겠죠.
…라고 생각했지만 완벽한 오산이었습니다. 깜빡이든 말든 건너더군요. 아니, 정지 신호라도 적당히 눈치 보고 건너더군요. 때로는 신호등을 초월(?)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앗, 저 여자는 담배 꽁초를 주위 시선도 신경 안 쓰고 그냥 버리잖아! 그러고보니 일견 깨끗해보이던 거리도 보도 틈새 여기저기에 담배 꽁초가 끼어있었습니다. 휴지통이 (서울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이 있는데 왜 그 몇 걸음을 안 걷는거야, 이 사람들아.
이 이야기를 출장기의 첫 글로 적은 것은 물론 첫인상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출장 중 제 가치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시스템에 들어있는 관점과 가치로 인한 사소한 차이가 사람들의 행동 양식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서 이를 바탕으로 한 의견에 비판을 받아도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결국 사람들 머리 속(혹은 가슴 속)에 들어있는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한 저의 저 생각이 지금까지 제가 비판해왔던 (자신들만이 진실을 알고 있고 대중은 무지몽매하여 계몽해야한다고 여기는) 무리들과 다를바 없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고요. 하나 더하자면 인종이 다르든 풍토가 다르든 사람 사는건 거기서 거기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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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들은 어디가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도 태어나서 처음 유럽으로 배낭여행 갔을 때의 충격은 놀라웠죠. 그전까지는 세뇌교육(?)덕분에 외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보다 더 쓰레기 잘 버리고 더 신호안지키고…;;; (그래도 자동차는 좀 잘 지키더군요.) 그 이후로 외국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ps.물론 세세하게 들어가면 좀 더 앞선 나라와 좀 더 후진 나라로 나뉘기는 합니다만…orz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