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 필터링하기

想/선밖에서 2010/01/18 11:02 Posted by 한님

정확히 말하자면 적극적인 선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트위터에서 언급한 앵벌이와의 대화입니다. 학교 앞에서 어떤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 지갑을 잃어버렸다며 의정부까지 갈 차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학교나 터미널 주변에는 그런 핑계를 대는 앵벌이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지갑을 잃어버리고 꼼짝 못하게된 사람일 수도 있으니 무시할 수만은 없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만 그때 제가 생각한 방법은 이것이었습니다. 직행 버스 노선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제가 버스 카드를 찍어서 환승 정류장까지 보내드리고, 거기에서 다른 사람에게 같은 방법으로 부탁하는게 어떠냐고요. 물론 불편한 몸 때문에 중간 과정이 좀 힘들겠지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자 그 사람은 혀를 차고 가버렸습니다. 역시 앵벌이였나보군요.

지금 생각하면 택시 기사에게 절대 돈을 돌려주지 말라고 부탁하고 택시비를 선불로 내주는 방법도 있었겠네요. 뭐 이번 사례에서는 결과의 차이가 없었겠지만요.

어쨌든, 환승 정류장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런 방법은 앵벌이를 피하고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합니다. 선의의 보편화가 악의를 구축할 수 있지않는가하는 이야기는 감화라던가 뭐 그런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이런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런 행동하는 선의는 선의가 필요하며 그 선의를 이용하려는 악의가 공존하는 다른 부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구호 단체 후원금을 생각할 수 있겠네요.

여러분은 어딘가에 후원을 하고 계신가요? 그곳이 어떤 성격의 단체인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계신가요? 성금의 용처와 비중을 알고 계신가요?

이 질문은 사실 제가 한 질문이 아니라 제가 들은 질문입니다. 제가 매달 후원금을 내는 단체(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대해서 친구가 물어본 것이죠. 그리고 저는 국제기구 산하이기 때문에 활동이 큰 곳 중 종교와 관련이 없는 몇 안되는 구호 단체라서 선택했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언제든지 활동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라지만 그게 저의 현실이었으니까요.

종교색에 눈가림을 하는 구호 단체를 비난하려고 꺼낸 말은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구호 단체에 대해서도 그 정도 인식이라는 얘기죠.

저의 사례가 일반적이라면, 길에서 모금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그들에게 지갑을 여는 분은 그 사람을 혹은 그 단체를 얼마나 믿고 계십니까. 혹시 단지 자기 만족을 위해 돈을 모금함에 넣는 것은 아닙니까? 그것이 선의에 묻어가려는 악의(유용자, 횡령자, 혹은 모금 사기꾼)를 키우고 있지는 않을까요.

선의에는 조금 더 고찰과 행동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널리 퍼진다면 악의는 자리잡을 곳을 잃을테니까요.

길에서 만난 앵벌이와 얘기를 하다가 선의의 확산이 악의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푸는 것은 나중에... 12:35 PM Jan 17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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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2010/01/18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우 공감합니다만 선의도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판가름을 해야한다는게 씁쓸하긴 하네요.

  2. teese 2010/01/19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기롭지못한 선의는 악을 키울수있다는거군요.